싱가폴에서 산다는 것, 괜찮은 선택인가

어느 곳에서나, 또 어느 누구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싱가폴에서 산다는 것은 쉽게 말해 ‘싱가폴에서 돈을 벌고 싱가폴에서 다시 그 돈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도 가끔씩 ‘싱가폴에서 살만하냐?’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 글쎄,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소위 밥벌이를 하는 방법도 다 달라서, 싱가폴이 살만한지 그렇지 않은지 딱 잘라서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돈이 정말 많아서, 근로소득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진 경우라면, 싱가폴 뿐만 아니라 그 어디서든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했을 때, 한국인으로서, 즉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기에 싱가폴은 결코 쉽지 않은 동네’이다.

가처분 소득

사실, 한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얼마를 버는가?’ 보다 ‘얼마를 쓸 수 있는가?’ 이다. 물론, 많이 벌어야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질 확률도 높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만약, 월 소득이 같은 경우라면, 평균적으로 봤을 때, 싱가폴에서의 가처분 소득이 한국에서 보다 낮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 월 300만원 소득을 가지고 누리던 삶의 수준을 싱가폴에서 비슷하게 누리고자 한다면, 최소 500~6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싱가폴에서 벌어야 한다. 또한 외국인 신분으로 싱가폴에서 300만원 소득을 버는 것은 한국에서 300만원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보다 더욱 많은 노력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만약, 싱가폴에 일자리를 구해서 넘어오는 경우, 단순하게 환율 800원을 적용했을 때, 한국에서의 월 소득과 별 차이가 없다면, 한국에서 누리던 삶의 수준과 만족도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날씨

싱가포르 생활비가 비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 마다 큰 이견이 없지만, 싱가포르 날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극명한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싱가폴의 날씨가 너무 좋다. 원래부터 생일도 여름이고, 한국에서도 여름을 제일 좋아했고, 오히려 추운 날씨를 더욱 견디기 어려워 하는 전형적인 여름형 인간인 나로써는 싱가폴의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다. 그냥 여름 옷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건물과 교통수단 마다 시원한 에어컨이 빠방하게 가동되고 있다.

가끔씩 짧은 시간에 몰아쳐서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들도 나는 오히려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얼마 전 싱가폴에 놀러왔던 친구 한 명은 도저히 싱가폴에서는 못 살꺼 같다는 후기를 남기고 창이 공항을 떠났다. 결국, 싱가폴의 날씨는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한다. 그것도 최소한 3개월 정도는 직접 살면서 겪어봐야 싱가폴 날씨에 대한 감이 잡힌다.

치안

싱가포르의 치안은 과연 완벽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완벽하게 치안을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싱가폴에도 도둑이 있고 성폭행범도 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범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싱가폴에서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싱가폴의 치안상황은 정말 우수하다. 심야에 택시를 타더라도 한국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싱가폴의 치안이 우수한 이유는 엄격한 법 집행과 강한 공권력 때문이기도 하다. 치안이 우수한 만큼, 싱가폴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그 만큼 신경쓰고 조심해야 한다. 한국과 비교해서 예를 들자면, 싱가폴에서 술을 먹다가 취해서 싸움에 휘말리거나 폭력을 하게 되면, 소위 얄짤 없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음주문화에 관대한 한국적 상황을 결코 기대해서는 안된다. 즉, 한번의 실수가 영원한 추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도시국가

싱가폴은 자그마한 섬이자 도시국가 이다. 면적은 쉽게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서울과 비슷한데, 약 100 km2 정도 싱가폴이 더 넓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인구 밀도, 빌딩 또는 주거타운의 밀집도가 서울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서울 보다는 도심 및 주거환경이 더욱 잘 정비되고 깔끔한 느낌이다. 하지만, 서울 보다는 더욱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싱가폴에도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랜드 마크와 장소들이 많이 있지만, 이곳에서 몇 년씩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클라키와 마리나베이는 언제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싱가폴에서의 일상은 세 가지 꼭지점을 중심으로 순환한다. 집, 일터, 쇼핑몰. 그리고 가끔씩 친구들과 함께 찾은 PUB. 이렇게 빙글빙글 다람쥐 처럼 살다 보면 1년이 지나가 있다.

나는 왜 싱가폴에서 살고 있는가?

싱가폴이 살기에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간략히 이야기 하다보니, 혹시나 공교롭게도 싱가폴 유학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지 조금 죄송스럽다. 그렇다면, 나는 왜 싱가폴에서 살고 있을까. 간단하다. 나는 싱가폴이 (아직까지는) 좋다. 싱가폴에서 만난 한국분들 중에 10년 20년 30년 동안, 이 자그마한 열국 싱가폴에서 삶을 가꾸어 오신 분들이 있었다. 나도 싱가폴을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 되는 한 싱가폴에서 최대한 살아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내가 싱가폴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이다. 분명 나는 외국인이지만, 때론 외국인으로써 느껴질 수 있는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생활적인 측면이다.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인 불편함은 계속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생활적인 측면에서, 나는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새로 인한 이질감과 차별을 거의 경험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겪어 봤던 나로써는 동양인으로써 동양인들의 사회에 섞여 사는 심리적 편안함은 외국에 살면서 가장 큰 만족을 느끼게 한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때론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내 삶과 생각에 온전히 집중하며 오묘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이곳 싱가폴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사회적 지위나 부를 누리면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남들 시선을 의식하며 체면 유지를 위해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싱가폴 사람들도 당연히 보여지는 것을 의식하며 살고 있지만, 적어도 나는 우선 외국인이기에 이러한 사회적 잣대에서 조금은 더 관대한 대우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나는 내 삶에 더욱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경험할 때가 자주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나는 정말 이 말에 동의한다. 남들이 사는 인생을 살지 말고, 내 인생, 정말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싱가포르가 살기에 좋다 나쁘다 하는 것도 결국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료도 수집해야 하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도 들어봐야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다. 또한 경험하지 못했다면, 혹은 앞으로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면, 더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현재를 살고 그 현재에 소소한 행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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