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인연들을 떠나보내기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받은 자그마한 선물이나 심지어 포스트잇 메모까지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다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마음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도 나에겐 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문득 생각이 나면 꼭 한 번씩은 메시지를 보내며 안부를 묻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지나간 인연들을 다시 더듬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가사에서 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그냥 그렇게 조금씩 묻어 두려고 한다.

세상도 변하고
덩달아 사람들도 계속 변하더라
예전에 서로 애틋했던 인연도
지금은 더 이상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지 않으며
예전에 그렇게 뜨거웠던 우정들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반가운 존재로 기억하지 않는다.

얼마 전..
이 곳 싱가포르까지 짊어지고 왔던 소소한 추억들이 담긴 상자들을 전부 다 정리해버렸다.
나이를 먹으며..
더욱더 어른 같은 어른이 되어 갈수록 나의 언행과 삶의 습관이 달라지듯이..
이제는 나의 마음의 습관들도 조금씩 다듬어 가려고 한다.

관계는 영원하지 않더라
옛정에 기대어 지금의 정을 기대하는 것도 소용없는 짓이며
옛사랑이었다고 여전히 내 사랑으로 남아 달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떠나왔듯이
그리고 나도 누군가를 떠날 수 있듯이
나를 떠나는 이를 원망할 수 없으며
나를 떠나가는 이를 붙잡을 수도 없다

고독도..
추억도…
결국엔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흔적으로 끌어안고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주름살 정도에 밖에 안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계속 덤덤해지리라..
다시는 지나간 인연들을 추억하지 않으리…